잠이 도통 오지 않는 밤이었다.
새벽에도 두어 차례 이불을 뒤척거렸다.
깊은 잠에 빠지지 않아 새벽 잠 없는 아버지의 오가는 발자국 소리까지 들었던 것 같다.
다시 눈을 감고 누워도 잠이 오질 않았다.
거실에 나와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다가,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사장조가 머리 위에 떠다니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음악을 찾아 허공을 메웠다.
머릿 속 어딘가에 꼬여있는 실타래가 있나보다.
풀리기 힘든데
자꾸 풀겠다고 잡아당기고 있었더니
더 풀릴 수 없게 꼬려버려 이제 가위로 싹둑 자르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인가보다.
잘라버리면 편하고 모든 게 없어질텐데
왜 하나씩 풀어서 원래의 실타래로 만들고 싶어하는 걸까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욕심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풀리지도 없어지지도 않는다.
아무 도움 없이 허공에 나부끼는 첼로 소리도
혼자이기에 저만의 운치가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