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말리는지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게 신기한 나는 역시 바다없는 내륙에서 온 티가 팍팍 난다.

우리 셋 그리고 청둥오리 네 마리, 여행의 소소한 행복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와 그리고 사람들. 환하게 떠오르는 미소 그리고, 그리고, 또 생각나는 상상속의 추억들.

모퉁이를 돌아서 전망을 보러 올라갔지. 탁 트인 바다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더 많은 것들이 가득차 있어.
내가 아는 것, 그리고 누군가 알게 될 것들.

새들이 잠시 쉬고 있는 촛대바위, 새들처럼 날고 싶은 우리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저 끝엔 뭐가 있을까? 햇살로 길을 가리키는 바다로 걸어가보고 싶어.


모래 위에 맨발을 살포시 올려놓고 싶어. 발 아래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사이사이 발을 간지럽힐 모래.
마음까지 저렇게 부드러워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고 오기 아까운 바다야. 널 훔쳐오고 싶어.



내리지 말고 그냥 잘까?
버스가 추암에 잠시 멈추었을 때 우리는 서로 고개를 돌리고 졸린 눈으로 물었다.
혜진이가 그냥 있겠다 하자 나도 다시 눈을 감을까 하다가, 미경이가 나섰다.
그래도 이왕 왔는데 보고 오자.


작은 터널을 하나 지나고, 마른 오징어와 쥐포, 김, 다시마 등등 건어물들을 쌓아놓은 행상들이 보이고,
작은 길을 계속 올라서 바다가 보였다. 평야보다 더 너른 바다가 눈 앞에서 푸른 몸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상쾌한 아침의 바람이 눈을 뜨게 하고, 바다와 햇살의 절묘한 춤이 시야에 들어왔다.
오길 잘했다.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고,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온 몸의 세포를 깨웠다.
기억해야 해.
기억하지 못해서, 기억하기 싫어서, 버려졌던 많은 순간들을 후회했으니깐
이건 기억하고 말겠어.


마음이 넉넉한 아저씨에게서 쥐포를 하나 사고, 훈훈한 냄새로 한껏 웃으며
그렇게 여행은 두번째 마디를 이어나갔다.
버스는 다시 태백을 향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