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 Posted by 풀내음+ 2009. 1. 11. 16:00

2009년 1월 10일 첫 일출여행-정동진


    정동진에 다시 온 건 무려 10년만이었다. 그 옛날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조차 쉽게 나질 않는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새벽 5시, 24시간 순두부 가게에는 엄청난 양의 술이 있었다. 다 맛보고 싶다. 꺄울~

순두부를 든든히 먹고 바다로 나갔다. 날은 이미 밝았지만 아직 해가 오르지 않아, 
사람들은 언 손을 녹였다 얼렸다 거센 파도 소리에 다치지 않고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추운 날 보러 왔을까? 사람들이 꽁꽁 언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중얼거린다.
정말 파도가 거세다. 그런데 하늘은 아직도 해를 꽁꽁 숨기고 있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 나도 모르게 중학교 때 배운 누군가의 시구를 마음으로 외우고 있었다.
해가 솟았다. 오래 기다렸지만 너무 붉어서 계속 쳐다보기는 힘들었다. 
해가 뜨는 것을 이렇게 기다려서 보는 건 아마도 처음인 것 같았다.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길 것 같은 예감마저 처음 들었다.

청량리역 만남의 광장.
잔뜩 얼은 귤을 한 봉지 사고 미경이와 혜진이와 기차에 올랐다.
5년전 담양 여행도 딱 이렇게 셋이었다. 기차에 오르고 의자를 돌리고 수다를 시작했다.
그리고 원철 선배의 문자가 왔다.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악을 질러도 좋은 기차칸 사이로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뭔가 말하다 계속 끊기고 또 걸고 또 끊기고,,,,,,선배는 재미있었다지만 난 답답하기만 했다.
어려운 얘기들은 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 여행의 단꿈으로 다시 들어갔다.


무박여행이라지만 우리에겐 수면이 필요했다. 목을 잠시 뒤로 젖혀 잠을 청했다.
깜깜한 창. 정동진에 도착해서 토막잠의 사나움을 떨쳐버렸다.
사람들이 기차길을 빠져나가고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들이 새벽길을 가득 채웠다.
꽉 움츠린 어깨를 펴지 않고 24시간 순두부가게로 향했다.
"아줌마, 순두부 백반 2개랑 모두부 한 접시 주세요."
따뜻한 하얀 순두부에 어깨를 펴고, 몸을 녹였다.


언제쯤 해가 뜨고 이 바다를 떠날까
나는 해를 간절히 기다리면서도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추위에 온 몸을 바르르 떨며 조바심을 냈다.
생각보다 해를 기다리는 사람은 연초라 그런지 아직 많았다. 다들 해가 뜰까봐 바다에 꽉 얼어붙어 있었다.
뜬다!
붉은 해가 눈을 아프게 하면서 서서리 빼꼼 구름 위로 떠올랐다. 생각보다 작았지만 생각보다 강렬했다.
미경이는 소원을 빌었다지만 나는 그 순간 온통 황홀경에 빠졌다. 뭔가 울컥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요모조모 수다를 떨다가 버스에 올라탔다. 관광상품을 이용한 건 난생 처음인데 관광버스는 아주 익숙했다.
잠을 잠시 청하고 버스는 곤히 잠든 우리를 싣고 다시 길 위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