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 Posted by 풀내음+ 2009. 1. 28. 13:35

엄마를 목욕시켜 드리다.


교통사고란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절대 나에게는 일어날 수 없고, 그리고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별 일 아니라는 말씀에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성서에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를 빼내서 만들었다는데
아마도 우리는 엄마의 갈비뼈를 빼내서 만든 자식들인가 보다. 
엄마가 움직이지 못할만큼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다.
나랑 내 동생이 드리는 속상한 일상만큼 딱 고만큼만 두 개가 부러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내려가는 길은 마음과 같지 않아 너무 길었다.
충주까지 그렇게 오래 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장장 6시간.
도착한 그 날 엄마랑 병원에서 같이 잠을 잤다. 
철이 없는 나는 엄마 옆 침대에 누워서 너무 편안하게 잠을 잘 잤는데,
엄마는 밤새도록 뒤척였다. 나는 가끔 벌떡 일어나서 '엄마, 뭐 도와줘?' 이렇게 생색낼 뿐이었다.


이튿날, 엄마는 잠시 집에 왔다.
욕조에 내가 들어가서 키를 더 높였다.
몸을 구부릴 수 없는 엄마는 살짝 고개만 구부리고 나에게 몸을 맡겼다.
나는 엄마의 머리를 감겨드리고, 거품을 풀풀 내어서 몸을 닦아드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몸을 닦아드렸다.
등부터 발목까지 비누칠을 하는데 괜히 코가 시렸다. 
발가락 하나하나까지 비누칠을 다 하고 물을 끼얹고 내 몸에도 비눗방울과 물방울이 마구 튀었지만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큰 타월로 엄마 몸을 닦아드리면서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의미있는 일을 방금 해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계속되는 실패, 대학원,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된 도전
자식덕을 보기에는 이제 너무 지쳐버린 엄마를 보면서
가슴 한 켠이 너무 뭉클했다. 


잘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모에게는 자식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던데
자식인 나에게도 우리 부모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아직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 하는 나는
아무래도 너무 무심한 딸인 것 같다. 
앞으로는 자주 충주에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다시 번잡한 욕망의 섬으로 돌아왔다.
잘 견뎌내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