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 Posted by 풀내음+ 2011. 4. 12. 00:00

어리고, 여리고


예전에 썼던 일기와 혹은 낙서 따위를
이곳으로 모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 마음을 그대로 복사해서
한 장 한 장 옮기는 게
처음엔 단순한 작업일 줄 알았는데
그렇게 어렵고
오래 걸릴 수가 없다.

어려운 이유는
그 모든 마음을
하나하나 다 읽으면서
다시
그 때로
돌아가기 때문이고,

오래 걸리는 이유는
그 기록을
내가 영원토록 가지고 있어야 할만큼
그렇게 할만큼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기 때문이고

날 것 그대로
옮겨오기로 생각했는데,

편집을 하고
재조합을 만들고
다시
또 다른 나를
다르게 기억될 나를 만들고

그러나
오늘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읽어본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를 보면서
어리고,
여리고,
그리고
참 솔직했던
그 어리석음에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그래도
마음이 좋기만 하다.

돌아가고 싶지 않고,
돌아갈 수도 없지만,
그대로 베껴오고 싶은 순간들이
꽤 많다.

지금의 나도
너무
강해지지는 말자
너무
똑똑하게 굴지 말자
너무
세련되질 필요도 없다.

한밤중이 되었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