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하면서 네가 말했지
전화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소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이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놓을 수가 없어.
하지만
늘
말로는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아
왜냐하면
우린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으니깐
왜냐하면
우린
모든 것을 다 말할순 없으니깐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잠시 후 걸려올 네 전화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 초조하게 고민을 하다가
그래
결국 회의 핑계를 대버리고 말았어
내가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직 내 마음도 모르면서
무턱대고 너와 말을 나누긴 겁나고
그렇다고
용감하게 네가 걸어오는 말을 듣지 않자니
겨우 말 한 마디로
가느다랗게 맺어져있는 우리의 불안한 평온이
영영 끊어져 버릴까봐 난 겁이 났겠지
모질지도 못하면서
생각만 많은 나란 여자는
결국 하지 못할 말들만 점점 마음에 쌓아두고 있는구나.
그런데
오늘은
정말로
네가 한걸음에 달려와
아무말 없이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
말로 전할 수 없는 내 불안함과 그리움이
네 품에 들어가면 사라질지도 모를텐데....
늘
말만으로는 너무 부족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