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 Posted by 풀내음+ 2009. 5. 6. 10:21

다양성에 기초한 하나의 우주


어떤 한 사람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는 가능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동영상으로는 과연 괜찮을까?


모두 '아니오'다.

어떤 한 사람을 표현한다는 것의 정의가
그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을 표현한다는 것이라면
사정이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오'다.


가장 큰 특징이 과연 어떤 것으로 설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공감을 맞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그 사람에게서 가장 자주 드러나는 것이 되어야 하는지
오히려 자주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특징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특징인지
누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해서 알기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그에 관한 책을 내고 그에 관한 영화를 만든다.
그래도 우리는 완벽하게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하물며 말 한마디로 어떤 사람을 정의하려는 짓은 어불성설이다.
그런 파렴치한 짓은 애초에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오늘 아주 오랜만에 영어회화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강사가 내게 물었다.
"Please introduce about yourself for us"
글쎄....뭐부터 설명해줘야 하는 걸까....라는 고민할 틈도 없이
"For example, what you do and what your hoppy is and where you live....like those..."


문득!
월요일에 거절한 소개팅남이 떠올랐다.
나는 그를 거절한 이유가 '마초스럽다'고 주변사람들에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봤던 그의 모습은 그가 가진 수많은 다양성 3억6천8백만개 중에서
어쩌면 단 세 가지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그의 3억6천8백만개의 특성을 모두 알아내기 위해서
장기간 그를 계속 만나기에는 '제발 단호히 빠른 결정을!'이란 소개팅의 취지가 너무 거세다.


이것이 바로
소개팅이 대부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모두 날마다 다른 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