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적응기 | Posted by 풀내음+ 2010. 3. 19. 07:58

꿈도 가지지 않고 산단 말인가?


우리 회사는 매주 화요일 아침에 주간회의를 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의라기보다는 보고와 질책 혹은 충고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이런 게 필요할까
사장님은 왜 저렇게 잔소리가 많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이제 고작 한 달이 지난 주제에
벌써 그 문화에 적응한걸까?

이번 주 화요일에도 회의는 어김없이 시작되었다.
각 팀들의 실적이 보고되고
지난 주보다 향상된 소식에 사장님은 조금 기분이 나아졌고
여러 말씀들이 아주 길~게 이어진 끝에
각자에게 하고 싶은 말들 없는지를 이어나갔다.

내 순서는 맨 마지막이었다.

"방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에 있어서는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 지 방향성을 보게 되고
예전에는 청각 위주의 생활을 했다면 관심사가 시각 위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색채를 보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색과 그림에 관심이 생기네요.
방향성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일이 제 일상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사장님은 여러 좋은 말씀들을 덧붙였다.

그 말씀들 중에 무언가 내 마음에 탁 들어와 안겨버렸다.

"자네들은 참 젊어. 나이가 아주 많은 내가 아는 지인도 꿈을 가지고 대학원을 다닌다더군
그런데 자네들은 그런 꿈이 있을까? 꿈도 없이 산다는 게 가능한 말인가?
어떻게 무언가 바라봐야 할 꿈도 없이 살아간단 말인가?"



사장님의 잔소리가 잔소리만이 아닌
진심으로 우리를 위하는 말이라는 생각 혹은 착각이 들었다.

본심은 어찌했든
그의 말은
다시 또 다른 10년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에게
진지한 자세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 이 아침의
조금은 상쾌한 그리고 조금은 아직 쌀쌀한
바람의 미소가 사랑스럽다.

금요일이다.
나와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그리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한 사람들 모두에게
오늘 하루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