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도종환의 시를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멈췄다.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나 역시
또 다른 사람과
다시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그 어떤 것보다
사랑이 사랑으로만 치유된다는 것에서
일종의 안도와 동시에 환멸을 느낀다.